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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감상평 주제 다이진 뜻

by 릴리LILLY 2023. 3. 27.

 

정식 개봉 전부터 명작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품들도 재미있게 보아서 이번에도 믿고 예매했습니다. 특히 명작이라고 손꼽는 <너의 이름은>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있을 만큼, 이번 작품 또한 재미는 물론,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모두 잡았다는 평이 압도적입니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내일로 나아가는 이야기

뻔한 메시지도 뻔하지 않게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은 스토리텔링이 훌륭합니다. 지진의 실체(미미즈)가 나오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목표를 시작으로, 의자로 변한 남자와 여고생, 신비로운 고양이가 함께하는 여행은 한 시도 지루한 부분 없는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감독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후반부에 친절하게 나옵니다. 일본은 지진, 홍수, 쓰나미 등 유독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입니다. 스즈메 역시 후쿠시마 지역의 지진과 쓰나미로 추정되는 자연재해를 겪었으며 그 과정에서 가족을 잃었습니다. 영화의 설정 중, 문을 닫기 전에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상상하는 과정이 있는데요. 과거 스즈메가 살았던 지역에서 지진이 나기 전,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다소 감정 과잉의 느낌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뇌리에 강하게 남은 장면입니다. 결코 잃을 일이 없을 거라 믿었던 평화로운 일상, 하지만 그것을 한순간에 빼앗아버리는 자연재해의 냉혹함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스즈메는 그 일로 엄마를 잃고 길거리를 헤매며 엄마를 찾아다녔습니다. 문 건너편 세상에서, 어린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던 스즈메가 사실은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데요. 그만큼 상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스즈메가 지나온 여정 그 자체였습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들어간 문 안에서 헤매던 스즈메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스즈메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스즈메는 그 기억을 무의식의 양분으로 삼아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래의 자기 자신이 응원을 해준다는 점에서, 마음의 상처는 결국 내 마음속에서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었기에 이번 작품이 이토록 흥행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금사빠?

스즈메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소타를 매우 소중한 존재로 여기는 것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스즈메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하겠다, 감독이 금사빠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저 역시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뭐 때문에 이렇게 애틋하지? 직접 만난 적도 없는데 왜 서로 사랑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의자가 된 소타와 스즈메가 함께 며칠 다녔을 뿐인데(?) 목숨까지 바쳐가며 구하려고 하는 점에서 서사 쌓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거나 친해지는데 시간은 중요하지 않기도 하니 이 부분은 감독의 성향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감독의 인터뷰에서 이 둘의 관계는 '전우'와 비슷하다고 하니, 함께 생사를 오고 가는 여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이 쌓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영화 초반부에서 오직 잘생겼다는 이유로 처음 보는 남자를 따라가는 스즈메가 이해가지 않았는데요. 이 점은 후반부에 해소됩니다. 고등학생 스즈메가 문을 열고 어린 스즈메를 만나는 장면에서 어린 스즈메도 남자 주인공을 만나기 때문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억'이 있는 것이죠.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 친해지고, 미워하고, 사랑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이 스토리텔링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또 깨닫고 갑니다.

 

다이진, 사다이진 뜻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묘석 고양이의 이름은 다이진입니다. 이는 다이진이 스스로 지은 것은 아니고 길거리에서 그를 목격했던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인데요. 극중에서는 고양이의 외모가 다이진 같은 이미지라고만 할 뿐, 다이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다이진은 일본의 옛 관리(대신, 大臣) 명칭이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영의정, 좌의정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흰색 옷을 입고 수염이 긴 모습이 흰 고양이와 닮았다고 해서 다이진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것이죠. 그렇다면 사다이진은 뭘까요? 다이진보다 더 권력이 강한 검은 옷의 관리를 뜻합니다. 그래서 흰 고양이보다 검은 고양이가 더 크고 강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사다이진의 이름은 사람들이 지어준 것이 아니라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면서 스스로를 "사다이진"이라고 소개하면서 처음 거론됩니다. 다이진과 사다이진의 차이점은 또 있습니다. 다이진은 행운을 부르고, 사다이진은 불운을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이진이 나타나는 곳은 손님이 늘고, 갑자기 스즈메를 도와주는 사람이 생겼던 것이고 사다이진이 나타날 쯤부터는 비가 오고 이모와 싸우는 등 나쁜 일이 연달아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볼거리가 많은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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