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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누구 (何者) 등장인물 감상평 제목 뜻

by 릴리LILLY 2023. 1. 3.

 

취업 준비생들을 그린 영화 '누구'

아직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일본영화 누구(何者)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내용도 좋았고, 캐스팅도 화려한데 왜 국내 개봉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작품입니다. 일본 영화이지만 취업 준비의 어려움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온라인 문화가 발전한 한국인 정서에도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더 알려졌으면 하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소개

타쿠토

대학 시절 내내 연극부를 열심히 했으나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없는 회사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냉철한 시선으로 타인을 분석하는 것을 잘합니다. 실체가 없는 트위터 인맥 쌓기, 보여주기식 자기 어필 행위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즈키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가장 먼저 취업에 성공합니다. TV 광고가 나오는 대기업 지방직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사지만 정작 본인은 부모님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우울합니다. 타쿠토의 연극을 좋아합니다.

 

코타로

타쿠토의 룸메이트. 대학 밴드부 보컬을 은퇴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 사람과도 바로 친해지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인싸이며 미즈키와 사귀었던 적이 있습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 위해 관련 업계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리카

취업준비생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방을 내주고 복사기도 빌려줍니다. 해외 유학, 대외활동 경험 등이 많고 취업 준비에 있어서도 야무져 보이지만 어쩐지 취업은 쉽게 성공하지 못합니다. 일상의 모든 상황을 트위터에 올립니다.

 

타카요시

리카의 남자친구로, 만난 지 한 달도 안 돼서 동거 중입니다. 보통 취준생들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기보다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말은 화려한데 실속은 딱히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기로 합니다.

 

긴지

타쿠토와 함께 연극을 하던 친구로, 취업 준비를 하는 타쿠토와 달리 자신의 극단을 만들어서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매우 실험적인 스타일의 연극을 하는데 혹평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질투, 열등감 등 복잡한 감정의 반죽

타쿠토와 코타로는 미즈키의 소개로 알게 된 리카의 방에 모여 취업 준비를 합니다. 여기에 취업 준비는 안 한다는 리카의 남자친구 타카요시까지 이 네 명은 서로 도움도 주고받고, 응원하는 사이인 것처럼 보입니다. 모임 첫날, 리카가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트위터에 올린 글처럼 말이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훈훈하지 않습니다. 누가 자리를 비우면 바로 험담을 하고, 먼저 취업에 성공한 친구를 순수하게 축하해 주지 못하고 그 회사가 블랙 기업인지 찾아본다든가, 트위터로 몰래 험담을 하고 있다든가. 여기에 가족, 사랑 고민까지 총체적 난국입니다. 취업이라는 큰 벽이자 인생의 기로 앞에서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의 복잡한 감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들의 미묘하고 은근한 갈등은 조금씩 긴장감을 쌓아가다가 후반부쯤 미즈키-타카요시, 타쿠토-리카가 각각 부딪침으로써 클라이맥스로 향합니다.

 

누가 그들을 욕할 수 있을까

리카와 타카요시 커플은 독특합니다. 사귄 지 3주 만에 동거를 한다든가, 일거수일투족을 트위터에 올리고 함께 있는데도 트위터로 대화를 나누며, 취업을 하지 않겠다더니 몰래 시험장에 나타나는 등 껍데기밖에 없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타쿠토와 코타로도 이런 모습에 대해 노골적으로 뒷담화를 하니 영화가 진행될수록 리카와 타카요시를 보는 제 시선도 점점 부정적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카가 타쿠토와 한바탕 하는 장면에서 그녀에게 한 방 얻어맞은 것은 타쿠토뿐만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트위터에 글을 너무 자주 올리는 것도, 트위터를 뒤져서라도 인맥을 쌓으려는 것도 리카에게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사는 방법'이라는 것이죠. 타고난 인싸인 코타로처럼 적당한 재능과 지능, 누구한테나 쉽게 호감을 받는 외모와 성격에 일까지 잘 풀린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어찌 보면 처절한 삶입니다. 그 방법이 보기 거슬린다 해도 함부로 남의 노력을 폄하할 수 있을까요?

 

차가운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것

타쿠토는 특유의 냉철한 시선으로 주변인들을 평가하고 트위터에 그 내용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했던 트윗들이 하나하나 까발려지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음침한 캐릭터가 다 있나! 하고 놀랐습니다. 남을 욕하고 상처 주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화살이 타쿠토 본인에게도 향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타쿠토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연극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고, 스스로에 대한 무의식적 죄책감과 열등감 때문인지 꿈을 향해 노력하는 긴지를 마구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애써 부정하려 했겠지만 속으로는 그가 부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세상 모든 것을 냉정하고 차가운 눈으로만 바라보다 보면 순수한 열정의 가치라든가 나한테만 있는 개성과 재능 같은 것들을 볼 수 없게 됩니다. 타쿠토에게는 매번 그의 연극을 보러와 준 미즈키가 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처럼 말입니다. 다행히 마지막 면접 장면에서 타쿠토가 변화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 청춘이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니까요. 타쿠토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차가운 눈으로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과오를 반복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

제목인 何者는 '나니모노'라고 읽으며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면 '어떤 사람, 누구, 어떤 자'라고 나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누구'보다는 '어떤 사람'이 조금 더 어감이 한국어에 맞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트위터가 주된 소재로 나오는 만큼 '익명의 누군가'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그 무엇으로도 명쾌하게 정의 내려지지 못한 취업 준비생, 청춘의 어중간한 성격을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을 살아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살아낸다'는 표현을 한 이유는 그만큼 무언가를 이루기도, 적당히 해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삶이기 때문이에요. 또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며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방식을 쉽게 비웃을 자격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각자의 사정에 맞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 서두에서 이 영화가 한국의 온라인 문화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는데요. 익명에 숨어 다른 사람의 노력을 폄하하고, 결과물을 쉽게 비방하고, 본인의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치열한 삶 그 자체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고, 반짝반짝 빛나는 숨은 가치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참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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