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클릭 (2007) 줄거리
두 아이와 아내를 둔 마이클 뉴먼(아담 샌들러)은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리모컨을 얻게 됩니다. 그 리모컨은 인생을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수수께끼의 할아버지는 마이클에게 리모컨을 공짜로 주고, 반품은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딱 봐도 매우 수상한데, 마이클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리모컨을 무료로 얻었다며 기뻐합니다. 이후 마이클은 리모컨으로 시끄러운 소음을 줄이고, 시간을 멈추고, 되돌리고, 빨리 감기를 하며 인생을 자유자재로 조종합니다. 처음에는 리모컨을 잘 활용해서 아내에게 점수도 따고 직장에서도 승승장구를 하던 마이클이지만, 빨리감기 기능의 부작용으로 꼭 겪어야 하는 사건들마저 건너뛰어버리는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이래서 물건을 사면 꼭 설명서를 읽어야 합니다. 걸핏하면 빨리감기가 되어버리는 통에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하고, 아내와는 어느새 사이가 소원해져 있으며, 병에 걸리고, 아버지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합니다. 빨리감기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 버리고, 어느새 죽음이 다가온 마이클은 그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 워커홀릭의 면모를 보여주는 아들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처절한 유언을 남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 후 영화 초반에 갔던 마트의 침대에서 눈을 뜬 마이클은 모든 게 꿈이었다며 기뻐하고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삶을 다시 살게 됩니다. 리모컨을 주었던 할아버지는 사실 죽음의 천사였으며 마이클에게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라고 봐야겠죠.
영화 클릭이 담고 있는 주제
나이가 들수록 체감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가족이 최고'라는 말인데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으로는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라' 등이 있습니다. 영화 클릭이야말로 딱 이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또는 삶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인공 마이클 뉴먼이 그렇습니다. 회사 일을 우선시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마저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빨리감기를 해버립니다. 빨리감기를 하는 중인 '자동 조종 상태'의 마이클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자동 조종 상태가 아니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이클처럼 뒤늦게 후회를 하죠. 영화 속에서는 빨리감기를 하는 도중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몇 번이고 되감기 하는 장면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만고불변의 진리를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잘 표현해 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클릭 감상평
영화 클릭(2007)은 쿠팡 플레이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발견한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꽤 된 영화지만 평점이 9점 이상으로 매우 높고, '인생을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이라는 설정에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미국 화장실 유머나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꽤 있어서 이 부분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몇몇 장면은 남편이 보아도 살짝 불편했다고 하더군요. 그 시절에 상상했던 2020년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바로 재작년이었던 2021년이 매우 사이버틱하게 묘사되어서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하면서 즐겁게 보았네요. 영화의 구성은 (현실-꿈-현실)의 액자식 구성입니다. 꿈속에서 한바탕 부귀영화(영화에서는 직업적 출세)를 누리고, 꿈꾼 후에는 그것의 허무함을 깨달아 삶의 자세를 고쳐나간다는 점에서 고전문학 『구운몽』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의 결말이 '알고 보니 꿈'이면 허무함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꿈이라서 다행이었달까요? 꿈이라는 장치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 준 주연 배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자면, 지금껏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를 잘 몰랐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갈 정도였습니다. 배우에 대해 알아보니, 코미디가 저속하고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평론가들에게 자주 무시를 당한다고 합니다. 영화 클릭에도 그런 장면이 좀 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인 만큼 코믹 연기가 전문인 배우라고 보면 됩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웃고 즐기다가, 마지막에는 눈물까지 쏙 빼는 감동까지 준 영화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작이 되어 줄 만한. 후회 없을 영화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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